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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4. 16 4. 16일
서상익
작성일 : 15-04-20 03:55  조회 : 652회 

혁명의 밤-삐라를 뿌려라 145.5-112.1Cm Oil on canvas 2014


우리의 연민은 정오의 그림자처럼 짧고, 우리의 수치심은 자정의 그림자처럼 길다 - 시인 진은영

토요일, 종로일대를 감싸버린 경찰차와 병력들로 저녁 12시가 넘어서야 평창동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전시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올라오신 아버지는 정체된 도로 위에서 추모행사와 추모객들을 책망하신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고... 돈도 그렇게나 준다는데...'
'아버지. 저나 형이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어도 아버진 돈 달라고 떼쓰고 계셨을거냐고?'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1년전, 오늘
오전과 오후 전혀 다른 뉴스를 접하고 '설마...'라며 오후 늦게 학교에 나갔다.
다른 선생님들이 '설마?'라는 당혹감과 함께 모두 하는 말이 있었다.

'결국 말 잘 들은 착한 아이들이 모두 변을 당했다'

배안에 있으라는 지시를 충실히 따른 착한 아이들... 어른들 말 따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행동했더라면 어쩌면 모두 살았을 착한 아이들...
그래 우린 교육의 중요성, 방법론, 효율성... 해마다 입시제도를 바꾸고, 창의성, 글로벌, 인재양성 등 수많은 말들로
그 놈의 교육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무엇을 교육시킬 것인가? 이렇게 믿을 수 없는 시스템을 어떻게 교육시킨단 말인가?
주입식이든, 유럽식 개방교육이든, 영어교육을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이든 그 어떤 방법론 이전에
이 사회는 아이들에게 '믿고 따르라'고 가르칠 만한 사회인가?
그만큼 건전하고 합리적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인가?
아이들을 배와 함께 수장시킨 것은 어리석은 선장의 지시가 아니라
종착지에 기울어진 배가 있는지도 모르고
오로지 '말 잘듣고 잘 따르라'고만 가르친 우리들의 어리석음이다.

소통을 외면하며 도망쳐버린 '자칭' 최고 책임자
보상금 문제만 부각시키며 유가족들을 '죽은 자식으로 장사하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정부와 언론들
주인도 없는 빈성을 지키겠다며 종로구 일대를 모두 막아버린 경찰
그 작은 불편함에도 추모객들을 비난하는 수치심을 잃어버린 사람들

시인 진은영씨가 언급한 니체의 '수치심과 연민'처럼
우린 모두 하나 하나가 내 일이라는, 내 책임이라는 수치심을 가져야한다
나와의 분리와 무책임을 전제로 한 후 한마디의 위로와 안쓰러움으로 그칠 '연민'이 아닌...

저 떠오르는 배에서 흩날리는 수많은 사연들은 삐라가 되어
우리에게 '눈을 뜨라'고 말한다.
그래야 갇혀버린 이 세계에 작은 문이라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 소설가 박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