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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1. 아트 인 컬쳐
서상익
작성일 : 12-11-24 03:30  조회 : 1,288회 
아트 인 컬쳐 200년 1월호 - 전시리뷰 - 윤두현 큐레이터



강박과 자유의 길



무엇이 그를 흰 캔버스 앞에 세우는가라는 질문은 작가 서상익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초가 된다. 우선 서상익에게 빈 캔버스는 강박이며 동시에 자유의 공간이다. 여기서 강박이라 함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지는 존재확인의 요구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강박을 딛고 빈 사각의 공간을 하나둘 채워나감으로써 비로소 일정의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강박을 벗기 위해 그는 무엇을 어떻게 채우고 또 어떤 자유를 얻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할 차례다.

우선 서상익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작가 자신이 영위해 나가고 있는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가 속해 있으며, 또 매료되어 있는 영화, 미국 드라마, 영화, 만화, 락 음악 등과 같은 대중문화의 다양한 양상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다른 한 편으로 사자, 미어캣, 양, 하이에나 등 의인화된 동물들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특히 침대에 잠들어 있는 사자를 표현한 작품 “Sunday PM 4:00”는 미술계가 아직 신인인 그를 주목하게 만든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아무튼 이런 차용과 우화적 화법은 서상익의 주요 전략이자 동시대 미술의 주요 경향들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circus 116X72cm Oil on canvas 2009



첫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 출품된 10여 점의 작품들을 찬찬히 살피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30대 초반 작가 서상익의 지극히 사적인 삶 속으로 인도된다. 그리고 그 허름한 삶의 골목골목에서 동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한 젊은 작가의 들뜬 열망이나 비애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는 때로 반지하의 현관문을 밀고 나오는 하이에나의 모습이기도 하고, 어느 일본만화의 주인공처럼 혼신을 다해 경기를 마친 후 잿더미로 앉아 있는 파이터의 모습이기도 하다. 또 락 음악의 전설이자 우상인 커트 코베인, 슬레쉬 등이 그의 공간으로 불러들여져 작가를 위해 열렬히 연주하기도 한다. 결국 불면의 시간을 견디며 천정에 양떼 구름만 피워 올리고 있는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작가 서상익의 삶 역시도 대부분의 우리 생이 그러하듯 결코 간단치 않은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작가가 강박을 딛고 자유를 획득해 가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그의 차용과 우화는 일상에서의 도피가 아닌 보다 냉철한 자기응시의 방편으로서 채택된 것이다. 자신만의 공간에서는 야수였다가 막상 밖으로 나오면 유약한 약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그와 우리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그렇지만 진정한 자유는 바로 이런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버리지 않을 때라야 비로소 시작된다. 이런 맥락에서 요절 시인 기형도가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의 서두에 쓴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아직 자연이 아니라 도시의 거리다”라는 말은 지금도 여전히 의미심장한 것이다.



91x72cm Oil on canvas 2008



정리하면, 서상익의 첫 번째 개인전이 우리의 하나의 유의미한 전시로써 이목을 끌었거나 혹은 그래야 한다면 그 이유는 바로 그렇듯 작가가 삶의 외면적 형식이 아닌 내면적 현상에 대한 냉철한 응시의 시선을 견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가가 시각언어를 통한 은유적 표현이 어떻게 가능해지고 또 그것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꾸준한 노력과 실험들로써 체득하고 있다는 점은 앞의 주장에 대한 상당한 설득력을 뒷받침 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글. 윤두현(인터알리아 큐레이터)